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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가 초등학생의 AI 도구 사용을 사실상 전면 금지했습니다. 솔직히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이게 맞는 방향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정반대의 흐름이 펼쳐지고 있으니까요. 각 시도 교육청이 AI 학습비서, AI 맞춤 플랫폼 같은 공약을 쏟아내는 사이, 효과성 검증이라는 말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세계는 규제로, 한국은 전면 도입으로

생성형 AI(Generative AI)란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시스템입니다. 쉽게 말해 질문을 던지면 그럴듯한 답을 생성해주는 도구인데, 최근 교육 현장에서 이 기술의 무분별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습니다.

노르웨이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7학년, 즉 6세에서 13세 아동의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중학생(14~16세)도 반드시 교사의 감독 아래에서만 조심스럽게 AI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AI 사용은 아이들이 교육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도록 할 위험을 높인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일본도 문부과학성 가이드라인을 통해 만 13세 미만 아동의 AI 사용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숙제를 AI로 처리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합니다.

유럽평의회는 2022년 종합 보고서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AI 학습 도구 대다수가 60년 넘게 축적된 교육학 연구, 예를 들어 발견학습(Discovery Learning), 생산적 실패(Productive Failure),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같은 검증된 방식들을 외면한 채 행동주의적·주입식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발견학습이란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오류를 겪으면서 개념을 깨치는 방식을 의미하고, 생산적 실패란 먼저 풀어보고 실패해야 더 깊이 배운다는 교육학 이론입니다. 이 보고서는 "AI 도구를 교실에 도입하기 전에 의약품 임상시험과 유사한 안전성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출처: 유럽평의회 AI 교육 페이지).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서울의 '채움 AI', 대전의 '1인 1 AI 학습비서', 전북의 'AI 맞춤 학습·진로 플랫폼', 제주의 'AI 퍼스널 러닝'까지, 각 시도 교육감 당선인들이 경쟁하듯 AI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제가 이 목록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이 중에서 효과성이 검증된 게 하나라도 있을까"였습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확인한 바로는, 해당 공약 중 효과성 검증 데이터를 공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발달단계를 무시한 기술 도입의 위험

발달단계(Developmental Stage)란 아동과 청소년이 연령에 따라 인지, 정서, 사회성 측면에서 거쳐야 할 성장의 단계를 말합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각 발달단계에 맞는 자극과 경험을 주는 것이 건강한 성장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생성형 AI 도구들이 이 발달단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장 교사들의 증언은 꽤 묵직합니다. 디지털 과잉(Digital Overload)으로 인해 유아와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 이미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다수라는 것입니다. 디지털 과잉이란 디지털 기기 노출이 과도해져 집중력, 언어 발달, 정서 조절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상태를 뜻합니다.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주변에서 여러 번 들었는데, 학원에서 태블릿으로 수업을 받는 아이가 선생님의 말보다 화면에서 눈을 못 뗀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흘려들었지만,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단순한 개인 차이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개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AI 환각이란 생성형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어른도 AI가 자신 있게 제시하는 거짓 정보에 속을 때가 있는데, 비판적 사고력이 아직 형성 중인 아이들에게 이 환각 현상은 훨씬 더 위험합니다. 아무런 기준 없이 AI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몸에 배면, 정보를 검토하고 의심하는 능력 자체가 자리를 잡기 어렵습니다.

현재 각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정해둔 생성형 AI 사용 가능 연령 기준을 보면 상황이 더 분명해집니다.

  1. ChatGPT(OpenAI): 만 13세 이상 (보호자 동의 필요)
  2. Gemini(Google): 만 18세 이상 (일부 교육 계정 제외)
  3. Copilot(Microsoft): 만 13세 이상 (교육용 별도 정책 적용)
  4. Claude(Anthropic): 만 18세 이상 (일부 서비스 만 13세 이상)

AI를 만드는 회사 스스로가 정해놓은 연령 기준이 이런데, 정부와 교육청이 앞장서서 이 제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모자폰싸(모두가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디지털 기기 과의존이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인 상황에서, 행정이 오히려 그것을 가속화하는 셈입니다(출처: 교육부 공식 사이트).

비판적 사고 없이 AI 활용 능력은 없다

AI 리터러시(AI Literacy)란 인공지능의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단순히 AI를 켜고 끄는 방법을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제가 생성형 AI 도구를 업무에 직접 써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뭘 물어봐도 그럴듯한 답이 나오니까 편리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틀린 내용을 자신 있게 말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알게 됐습니다. 검토하는 눈이 없으면 그냥 넘어갈 실수들이었습니다.

AI를 '사용하는 것'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수용하는 능력과, AI의 답을 의심하고 검토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층위에 있습니다. 후자를 기르려면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그 경험의 토대 없이 AI부터 주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요구한 세 가지는 사실 당연한 수순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공론화, 효과성 검증의 의무화, 발달단계에 기반한 디지털 교육 원칙 정립. 이 중 어느 것도 "AI 교육을 하지 말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검증하고 나서 하자"는 말입니다. 의약품 하나를 시장에 내놓을 때도 임상시험을 거치는데, 수백만 명의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교육 정책에 왜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것인지, 저는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시대에서 AI 활용 능력이 중요한 역량이 된다는 것, 저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능력은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뿌리 위에서만 제대로 자랍니다. 뿌리 없이 가지만 키우는 교육은 바람 한 번에 쓰러집니다.

결국 이 문제는 AI를 교육에 쓰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차원의 질문입니다. "언제, 어떤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 것인가"를 충분히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빠른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도입입니다. 지금이라도 검증과 공론화를 먼저 시작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순서를 밟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정책 실험의 대상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v.daum.net/v/20260623123305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