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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그냥 통쾌한 드라마 한 편으로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참교육'을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자꾸 멈칫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이 악성 민원을 단번에 제압하는 장면은 분명 시원했지만, 화면이 꺼진 뒤에도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이 일제히 새 임기를 시작하며 이 드라마가 공론화한 문제들에 답을 내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과연 현실의 교실은 달라질 수 있을까요.

교권침해와 촉법소년, 드라마가 건드린 진짜 문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장면이 '통쾌한 응징'이 아니라, 선생님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홀로 무고함을 증명해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과 지금이 이렇게 달라졌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드라마에 답변한 10개 시도 교육감은 모두 이 작품의 현실 반영도에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교육감들이 이구동성으로 드라마의 '해법'에는 선을 그었다는 점입니다.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피해와 가해의 경계를 너무 선명하게 나눴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교육감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현실의 교실에는 드라마처럼 명확한 악당이 없고, 상처 입은 아이와 지쳐버린 어른이 뒤엉켜 있으니까요.
특히 교권침해(敎權侵害) 문제는 단순히 교사가 피해를 입는 사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교권침해란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방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며, 아동학대 신고 남용이 대표적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선생님으로 일하는 지인이 있는데, "요즘은 지도 한 번 잘못했다가 신고당할까봐 손도 못 댄다"는 말을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촉법소년(觸法少年) 문제도 드라마가 직격했습니다. 촉법소년이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청소년을 말합니다. 드라마에서 "촉법인데요"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실제로 이 제도의 허점을 인지하고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감들도 공통적으로 실효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출처: 다음뉴스, 교육감 공통 인터뷰).
다만 교육감들의 답변을 들으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고, 저도 처음엔 그 방향이 맞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처벌 강화 일변도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교육적 회복과 책임을 함께 묻는 균형점 없이 연령만 낮추면 오히려 낙인효과(labeling effect)가 커질 수 있습니다. 낙인효과란 사회가 특정 행위자에게 부정적 딱지를 붙임으로써 오히려 그 행동을 강화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어른의 무게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교육감들이 내놓은 구체적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동학대 신고 남용 대응을 위한 교육청 내 통합 민원 대응팀 신설(전북·경기·강원 등)
- 교원보호공제 확대 및 소송 심급별 법률 지원 강화(부산)
- 촉법소년 중대 사안 발생 시 학생·교사를 먼저 보호하는 제도 마련(충남)
- 대안교육·전문상담·보호 프로그램 연계 운영으로 회복 중심 접근(전북)
- 교감 직속 교권보호지원단 즉시 설치, 법률·심리·행정 원스톱 지원(강원)
사이버폭력, 법도 학교도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제가 직접 아이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이 문제는 교실 안에 국한된 게 아닙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갈등이 그날 밤 단체 채팅방으로 이어지고, 다음날 아침 교실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개입할 타이밍을 놓치기가 너무 쉽습니다.
사이버폭력(Cyberbullying)이란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폭력,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불법 촬영물 유포 등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문제는 이 행위들이 24시간, 공간의 제약 없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교육감들도 학교 단독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고, 저도 그 말에 동의하는 쪽입니다.
특히 교사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명예훼손이나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에서 지금까지는 피해 교사가 증거 수집 단계부터 혼자 싸워야 하는 구조적 공백이 있었습니다. 세종 교육감은 이 공백을 정확히 짚으며 증거 보전부터 대응까지 교육청이 함께하는 통합 지원 체계를 약속했습니다. 저는 이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증거 보전(Evidence Preservation)이란 디지털 환경에서 피해 사실을 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스크린샷·로그 기록 등을 공식적인 절차로 확보하는 것을 말하는데, 개인이 혼자 하기엔 절차도 복잡하고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이버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감들이 제시한 공통 방향은 기관 간 협력 체계 구축이었습니다. 수사기관, 플랫폼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병도 충남교육감은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강제해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신속한 원스톱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플랫폼 규제 논의는 국내외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률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제도적 뒷받침의 시급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
안민석 경기교육감이 취임 첫날 1호 결재로 '폰프리 스쿨 제도'를 시행한 것도 이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폰프리 스쿨 제도란 학교 내 학생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프랑스·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도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를 두고 "과도한 규제"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근본적인 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접근 환경 자체를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쪽입니다. 물론 학교 밖에서의 사용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드라마 참교육에 나온 교권보호국 같은 기관이 실제로 생기나요?
A. 드라마처럼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기관은 아닙니다. 다만 경기·강원·전북 등 여러 교육청에서 교육감 직속 교권보호 지원 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률 지원·심리 상담·행정 대응을 교육청이 맡아 교사가 홀로 싸우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향입니다. 드라마와 형태는 다르지만 취지는 닮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나요?
A.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꾸준히 공론화되고 있지만, 이번에 답변한 교육감들은 대부분 연령 하향보다 교육적 회복과 실효적 대응 체계 구축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Q. 아동학대 신고 남용 문제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A. 여러 교육청이 악성 민원을 학교 대신 교육청이 직접 떠안는 '통합 민원 대응팀' 신설 계획을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교사 개인이 신고를 받으면 스스로 무고함을 증명해야 했는데, 앞으로는 교육청이 법률 지원과 행정 대응의 전면에 나서는 방향입니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습니다.
Q. 폰프리 스쿨 제도가 사이버폭력 예방에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효과가 있다는 쪽과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쪽 모두 의견이 있습니다.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면 수업 중 온라인 갈등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근거가 있는 반면, 학교 밖 시간까지 통제할 수 없어 근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맞습니다.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제도 도입 초기 긍정적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지만, 장기적 효과는 계속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론
드라마 '참교육'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은 "누가 아이들을 지키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될 것이냐"인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아이들은 어른의 말보다 어른의 선택을 보며 자랍니다. 교육감들이 내놓은 기구 신설과 제도 보완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예산·인력·사회적 합의라는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은 그 시작점에 있다고 봅니다.
드라마가 끝나도 현실의 교실은 계속됩니다. 교권침해, 촉법소년, 사이버폭력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시는 분이라면, 내가 사는 지역 교육감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는지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공약이 제도로 이어지는지 시민이 지켜봐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